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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의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배추를 포함한 잎채소 가격이 심상치 않게 치솟으면서 지난해 악몽 같았던 '금배추' 사태가 올해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또는 '히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우리 식탁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죠.
뜨거운 날씨가 부른 채소 가격의 '수직 상승'
최근 농산물 가격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8월 2일 기준 배추 도매가는 킬로그램당 1,535원으로 전주 대비 무려 81.65%나 급등했습니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며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폭염이 계속되자마자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배추뿐만이 아닙니다. 여름철 고온에 취약한 잎채소들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 양상추: 킬로그램당 2,697원 (전주 대비 52.12% 급등)
- 양배추: 43.49% 상승
- 깻잎: 35% 상승
- 상추: 26.95% 상승
이는 이들 작물이 섭씨 20도 전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호랭성(好冷性)' 작물이기 때문입니다. 기온이 25도를 넘어가면 생육이 급격히 나빠져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철 고랭지에서 주로 재배되는 파프리카 역시 킬로그램당 3,077원까지 치솟으며 전주 대비 77.89%의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8월 중순 킬로그램당 1,500원대였던 배추 도매가가 한 달 만에 2,988원까지 치솟았던 '금배추' 사태의 데자뷔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7월 말 여름 배추 4,000톤을 비축용으로 수매하는 등 수급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일도 예외는 아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채소뿐만 아니라 여름철 대표 과일들 역시 폭염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수박은 개당 평균 33,337원으로 1년 전보다 17.6%, 한 달 전보다는 33.7%나 올랐습니다. 토마토 소매가도 킬로그램당 6,716원으로 1년 전 대비 42.6% 상승했습니다.
이는 폭염이 과일의 생육 기간을 단축시키거나, 일조량 부족 또는 과도한 일조량으로 품질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히트플레이션'의 심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급등 현상을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또는 '히트플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뭄, 폭염, 홍수 등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농작물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식량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고구마, 고추, 오이, 사과 등 일부 작물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고온에 잘 자라거나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경우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기후 변화가 농산물 가격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기후플레이션은 단순히 장바구니 물가를 올리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식량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은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경제 예측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이제는 식탁 위 현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 위의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기후 위기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상기후는 농업 생산 방식과 재배 품종, 유통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비축 물량 방출과 같은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안정적인 수급 관리 시스템 구축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우리 식탁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 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