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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희토류'라는 이름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 동의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의 '희토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전면 완화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과연 희토류는 무엇이며, 왜 이 작은 원소들이 세계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을까요?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란?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라는 뜻처럼 지구상에 비교적 드물게 존재하는 17가지 원소들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여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분리 및 정제가 매우 까다롭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희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지각에 비교적 흔하게 분포하며, 문제는 경제성 있는 양으로 채굴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가진 국가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에서 희토류가 많이 생산되는 이유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도 희토류가 생산되었지만, 중국은 1980년대부터 희토류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채굴부터 정련, 가공까지 전 과정을 일관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 풍부한 매장량: 중국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합니다. 특히 '중희토류'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 희토류가 풍부합니다.
- 저렴한 생산 비용: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과거,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환경 비용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희토류 채굴 및 가공 과정은 환경오염 유발 가능성이 높아 선진국에서는 생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기술력 축적: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연구 개발을 통해 중국은 희토류 정제 및 가공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희토류의 품질과 생산 효율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는 곧 희토류를 강력한 외교적, 경제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희토류가 활용되는 산업 분야
희토류는 그 특유의 자기적, 광학적, 화학적 성성질 때문에 현대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산업의 비타민' 혹은 '첨단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모터의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에 사용되어 효율을 높입니다.
- 풍력 터빈: 대형 풍력 발전기의 자석에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 스마트폰, 컴퓨터: 디스플레이, 스피커, 진동 모터 등 다양한 전자 부품에 활용됩니다.
- 반도체: 반도체 생산 공정 및 첨단 반도체 소재에 사용됩니다.
- 국방 산업: 미사일 유도 시스템, 레이더, 스텔스 기술 등 첨단 무기 체계에 필수적입니다.
- 의료 기기: MRI 등 정밀 의료 기기에 사용됩니다.
- 친환경 에너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도 활용됩니다.
이처럼 희토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인 전기차, 인공지능, 로봇, 방위산업 등 미래 기술 발전에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통제할 경우, 전 세계 첨단 산업의 생산과 발전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희토류 무기화'의 시작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10년 발생했던 중일 희토류 분쟁입니다.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 해상보안청이 중국 어선 선장을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전격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 분쟁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첨단 산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일본은 당시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국이었고, 첨단 전자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각국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및 자국 내 생산 역량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 중국 관세의 향후 전망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지난 4월 중국이 사마륨, 가돌리늄 등 중희토류 7종의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해석됩니다.
당시 중국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한 직후에 이루어져 '희토류 무기화' 논란을 재점화했습니다.
양국은 지난달 제네바 회담에서 일부 관세율을 낮추고 비관세 대응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며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를 다시 요구해 왔습니다.
이번 트럼프-시진핑 통화 이후 중국이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주요 자동차 회사에 희토류 수출을 임시 허가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임시 허가'일뿐이며, 수출 허가 대상 품목과 수량, 절차 등이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습니다.
중국 주재 미국·EU 상공회의소 역시 "더 많은 허가증이 필요하다"라고 밝히며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향후 전망:
- 단기적 협상 재개와 불확실성: 양국은 9일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통화는 이러한 무역 협상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토류 수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중국이 여전히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 노력: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체적인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시설 구축, 대체 물질 개발, 희토류 재활용 기술 개발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첨단 산업에 미치는 영향: 희토류 공급의 불안정성은 전기차,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희토류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트럼프-시진핑 통화는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복잡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첨단 기술 패권 경쟁과 국가 안보의 문제로 확장된 희토류 전쟁은 앞으로도 국제 질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