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지만, 각 후보의 득표율 예측치는 실제 개표 결과와 상당한 차이를 보여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2022년 제20대 대선 출구조사가 소수점 한 자리까지 실제 득표율에 근접하며 '역대급 정확도'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결과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연 무엇이 이번 출구조사의 예측력을 떨어뜨린 주된 원인일까요?
출구조사의 '예외적' 불일치: 무엇이 문제였나?
지상파 3사는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1.7%, 김문수 후보가 39.3%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는 이 대통령 49.42%, 김 후보 41.15%로, 이 대통령은 과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이 대통령과는 2.28%p, 김 후보와는 1.85%p의 차이를 보였고, 두 후보 간 격차도 예측치 12.4%p에서 실제 8.27%p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는 높은 사전투표율과 '샤이 보수'의 영향이 지목됩니다.
- 사전투표의 그림자: 이번 대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출구조사가 본투표 당일에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현장 조사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방송 3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실시하고 보정값을 넣었지만, 사전투표자들의 정확한 표심을 읽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입니다.
- '샤이 보수'의 등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샤이 보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서는 자신의 지지 후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다가 실제 투표에서 결집하는 보수층의 존재가 득표율 차이를 벌린 주요 원인으로 해석됩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샤이 보수가 5~5.5% 정도 분명히 확인된 것으로 본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중에서는 MBN이 이 대통령 49.2%, 김 후보 41.7%로 양 후보 간 격차를 7.5%p로 예측해 실제 결과에 가장 근접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대선 출구조사 정확도와 신뢰도에 대한 이해
대선 당일, 투표 종료와 함께 쏟아지는 출구조사 결과는 사실상 당선인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져 왔습니다.
역대 대선 출구조사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화하며 높은 예측력을 보여왔습니다.
- 한국 출구조사의 역사: 우리나라의 출구조사는 1990년대 후반에 도입되어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실시되었습니다. 당시 초접전이었던 대선에서 출구조사는 실제 개표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여주며 그 존재감을 각인시켰죠. 이후 2012년 제18대 대선부터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높은 적중률의 비결: 출구조사는 전국 약 300여 개의 투표소에서 8만 명 이상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표본 추출 방식을 사용합니다. 특히 20대 대선부터는 사전투표자의 표심을 파악하기 위해 별도의 전화 여론조사를 병행하며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숨은 표심'과 사전투표-본투표 간의 표심 차이를 보정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 '예측 실패'도 학습의 과정: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을 다소 높게 예측하는 오차를 보였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초박빙 승부에서 오차 범위 내의 작은 차이가 실제 결과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예측 실패'는 역설적으로 출구조사 방법론을 끊임없이 진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구조사가 예측이 틀릴 수도 있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된 출구조사가 때로는 실제 결과와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 사전투표의 한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역시 사전투표입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소에서는 출구조사가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투표자들의 표심은 전화 여론조사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본투표 현장 조사만큼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의 표심 경향이 다르게 나타날 경우, 오차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 '샤이 표심'의 영향: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개인적인 이유로 자신의 투표 성향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른바 '샤이(Shy) 표심'은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변수입니다. 이들은 여론조사나 출구조사에서 무응답하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할 수 있어 예측을 어렵게 만듭니다.
- 조사 오차범위: 모든 여론조사에는 '오차 범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는 통계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것입니다. 만약 실제 득표율 차이가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면,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초박빙 승부에서는 작은 오차도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 돌발 변수 및 투표 직전의 표심 변화: 선거 막판에 터지는 예상치 못한 이슈나 후보들의 발언, 그리고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순간적인 표심 변화 역시 출구조사 예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출구조사,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도 선거 예측에 출구조사를 활발히 활용합니다.
미국의 출구조사는 선거인단 제도의 특성을 반영하여 주요 경합 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영국의 총선 출구조사는 예상 의석수 예측에 중점을 둡니다.
일본 역시 의원내각제하에서 의석수 예측에 주력하지만, 때로는 예측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국의 출구조사는 해당 국가의 정치 시스템과 유권자 행동 양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화된 방법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제21대 대선 출구조사가 보여준 한계는 앞으로 우리나라 출구조사가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표심 차이, 그리고 '숨은 표심'을 더욱 정교하게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출구조사의 예측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선거 환경과 유권자의 복합적인 심리를 읽어내는 데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