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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전격 공습한 데 이어, 불과 하루도 안 돼 이란이 보복성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가 다시금 화마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다량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리는 등 전면전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대부분이 요격되거나 표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적지 않은 민간인 피해가 보고되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공방을 넘어선 중동 지역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과연 이 두 나라는 왜 이렇게까지 극렬하게 대립하게 되었을까요?
이스라엘-이란, 왜 싸우는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1979년 이란 혁명을 기점으로 180도 바뀌었습니다.
그 이전, 이란의 팔레비 왕조 시절에는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슬람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면서, 이란은 친서방 정책을 버리고 반(反) 서방 노선을 택하게 됩니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며 단교를 선언했고, 이는 양국의 뿌리 깊은 적대 관계의 시작이었습니다.
1. 이념과 안보의 근본적 갈등
- 이란 혁명: 이란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신정 국가로,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을 국가 이념으로 하는 이스라엘을 이슬람 세계의 적이자 불법적인 존재로 간주합니다.
- 이스라엘의 안보 위협 인식: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중동 전역의 친이란 무장 세력 지원을 자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2. '저항의 축' 구축과 '불의 고리' 전략
-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들을 통한 '저항의 축'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을 여러 전선에서 에워싸는 '불의 고리'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 이스라엘은 1990년대부터 자국을 겨냥한 각종 테러의 배후로 헤즈볼라를 지목해 왔으며,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또한 사실상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3.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착
- 이스라엘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등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십 년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으며, 이번 핵 시설 공습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 핵감시기구는 최근 이란이 국제 핵비확산조약(NPT)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단기간에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지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4. '그림자 전쟁'에서 '직접 충돌'로
- 양국은 수십 년간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고 대리전이나 사이버 공격 등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양국은 상대방 본토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하면서 전면전 가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할 계획 아래 무기 이동과 공군 훈련까지 완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동기'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 작전명을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로 명명하며, 자국 방위 차원에서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란 정권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고 있는 증거가 확보됐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의 모든 단계에 걸쳐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비밀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스라엘 파괴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했다고 강조하며 공격의 정당성을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내부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2023년 10월 하마스 기습 공격에 대한 대비 미흡으로 비판 여론에 시달리던 네타냐후 내각은 하마스 소탕전과 친이란 무장 세력과의 다면전을 통해 정권을 지탱해 왔습니다.
최근 이스라엘 야권의 연립정부 해산 안이 간신히 부결되는 등 네타냐후 내각이 붕괴 위기에 몰리자, 이란이라는 '외부의 적'을 통해 국내 여론을 분산하고 안정적인 통치를 이어가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란 핵 시설 파괴라는 이스라엘의 숙원을 달성함으로써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 했을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미국의 복잡한 입장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습은 미국과의 핵 협상을 불과 이틀 앞두고 감행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이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에 나서면서 외교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공습 직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단독 행동을 했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증거를 미국에 제시했고, 공습과 관련해 미국과 완전히 공조했다"라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습 전날 "임박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큰 일로 보인다"라고 언급한 것이 이스라엘에게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이란 핵 문제를 '외교적 해결'로 풀겠다는 약속을 유지한다"라고 말을 바꾼 것은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이란이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나옵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포기 거부로 교착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극약처방'에 기울었을 것이고, 결국 핵 시설 폭격을 주장해 온 네타냐후 총리와 이해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중동 지역의 미래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이란 중부의 나탄즈 핵시설이 타격을 입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을 비롯한 고위 군 지휘관들과 핵 과학자들까지 사망하면서 이란은 격분하고 있습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이 "자신의 사악한 본질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드러냈다"며 "반드시 혹독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이번 충돌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이 '그림자 전쟁'을 넘어 '직접 충돌'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면적인 보복 공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역은 또다시 거대한 불길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제 사회의 외교적 노력과 중재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다음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